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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8 16:3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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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삼성, 취업 최대 난관은 ‘역사?’ |
현대차·삼성, 취업 최대 난관은 ‘역사?’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입력 : 2014-10-18 15:10:37ㅣ수정 : 2014-10-18 15:10:37
입사시험 당락 좌우하는 난이도 높은 문제에 응시생들 당황
지난 10월 9일 치른 현대자동차그룹의 입사시험((HMAT)에는 ‘몽골 제국과 로마 제국이 발전한 사례가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에 시사하는 점을 쓰시오’라는 역사 에세이 문제가 출제됐다. 10월 12일 실시된 삼성의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서도 ‘개화기 조선을 침략한 국가를 순서대로 나열한 것을 고르시오’라는 역사문제가 출제됐다.
역사가 취업준비생에게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한 취업정보 관계자는 입사시험을 치른 학생들을 여러 명 만난 후 “10명 중 8~9명은 역사문제가 특히 어려웠다고 하소연하며 ‘멘붕’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문제는 단순한 역사 지식에서 더 나아가 종합적인 역사 지식을 묻는 질문이어서 어려웠다는 평이다. 몽골 제국과 로마 제국의 사례를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과 비교해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취업준비생 입장에선 한 회사의 전략을 역사와 접목시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SSAT 시험도 역사문제가 더 많아졌고 더 어려워졌다. 개화기 조선을 침략한 국가를 순서대로 나열하라는 문제라든지, 김홍도의 그림이 발표된 시기에 프랑스에서 발생한 사건을 묻는 식이었다. 청산별곡과 처용가·황조가 등을 나열하고 같은 시기의 시조를 고르는 문제도 출제됐다. 이런 문제는 인문학 전공자들도 풀기 어렵다는 것이 지원자들의 하소연이다.
대기업 취업전문 사이트인 ‘취뽀’의 온라인사업팀 전용배 팀장은 “상반기 SSAT 시험에 비해 역사에 대한 난이도가 높아졌고 비중이 커졌다”면서 “특히 세계사에 관련된 문제가 많이 늘었고, 단순한 역사적 지식만으로는 풀기 힘든 복합상식 형태의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개화기 조선을 침략한 국가 순서는?
삼성의 SSAT는 언어·수리·추리·상식·공간지각 능력이라는 5개 평가영역으로 출제된다. 이 시험을 준비하는 재학생을 위해 각 대학의 취업지원센터는 문제풀이반을 운영한다. 사설학원의 강사를 불러 특강을 하는 형식이다. 모의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취업정보 관계자에 따르면 SSAT에서 언어·수리·추리는 일정한 패턴이 있어 시험을 준비한 만큼 상대적으로 쉬웠던 반면, 상식 중 역사문제가 특히 어려웠다고 한다. SSAT 모의시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형의 문제가 출제됐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추가된 공간지각 능력 문제 역시 어려웠다고 한다. 시중에 나온 SSAT 대비서에는 역사의 경우 기초적인 상식 정도의 내용만 나와 있을 뿐이다. 이 관계자는 “역사문제가 이런 식으로 나올 정도면 아예 SSAT 대비 역사문제집이 따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SSAT를 친 신모씨는 “삼성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에 원서를 내고 입사시험을 치고 있다”면서 “역사 공부는 따로 하지 않았고 너무 광범위해서 핵심만 짚고 시험을 치러 갔기 때문에 역사문제가 어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신씨는 “주위에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한 친구 같은 경우엔 최근 입사시험에 나오는 역사문제에 대해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상연 TGS커리어컨설팅 대표는 “입사시험에서 학교·학과·나이·용모·스펙 차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실제로 회사에서 변별력이 있는 문제를 출제하게 마련인데 이 중 역사 관련 문제가 하나의 변별력 기준이 될 수 있다”면서 “역사적 상식이 없다면 이런 식의 종합적인 문제를 도저히 풀 수 없기 때문에 역사의 비중이 더욱 커진 것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취뽀’의 전용배 팀장은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역사 영역에서 한국사 위주의 평가를 하고 있지만, 삼성에서는 한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에 관련된 지식까지 평가하고 있어 준비하는 데 더욱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신입사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자들이 10월 12일 시험을 치른 뒤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강윤중 기자
기업 측은 입사시험에서 역사문제가 중요시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역사를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당장 기업에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지원자들이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역사문제와 공간지각 문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미리 밝혔기 때문에 지원자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동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취업 전문가들은 기업의 인문학 강조가 결국 역사로 귀결되는 분위기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이상연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 트렌드를 보면 확실히 입사시험에서 인문학 열풍이 역사로 좁혀진 감이 있다”면서 “역사 같은 것도 예전에는 거대담론을 주로 다루다가 한 특정한 부분을 갖고 역사를 바라보는 미시사로 바뀌더니 지금은 종합적으로 역사를 바라봐야 하는 관점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김홍도의 그림이 발표된 시기에 프랑스에서 발생한 사건 같은 문제는 역사를 씨줄과 날줄로 연결할 줄 아는 종합적인 역사관을 묻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공학도 자질 보이는 역사 속 발명품은?
입사시험에서 난이도가 있는 역사문제가 출제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동국대 취업지원센터 박서진 센터장은 “금방 암기만 하면 되는 휘발성 지식이 아닌 식견과 통찰을 묻는 문제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그 예를 올해 상반기 현대차에서 출제한 ‘역사 속 발명품 중 공학도의 자질과 연관 있는 발명품을 선택해 이유를 쓰시오’라는 문제에서 찾았다.
하지만 대기업 입사시험에서 역사가 중요한 부분으로 등장하면서 취업준비생에게는 현실적으로 ‘역사과목’이라는 또 하나의 부담이 늘었다. 박서진 센터장은 “이전에는 역사문제가 당락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역사를 따로 공부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취뽀’의 전용배 팀장은 “상반기 SSAT 시험 후기를 보아도 역사가 어려울 것이라 예상됐다”면서 “역사는 너무 광범위한 영역이라 단시간에 공부하기 힘들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이 더 어렵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인문학적 소양을 늘리기 위해 대학에서는 ‘고전읽기’를 권장하지만 이 역시 대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한 취업정보 관계자는 “대학생들의 일과를 보면 새벽부터 저녁까지 취업을 위한 준비에 바쁘기 때문에 오히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문학 특히 역사를 대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역사로 기업이 원하는 인문학적 사고력을 테스트하려고 하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취뽀’의 전용배 팀장은 “역사는 단기간에 학습하기 어려운 영역이므로 한국사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미리 정리하여 꾸준히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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