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양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때면 음복이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고스톱’ 한 판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 그러나 음복을 한 뒤 운전을 하거나 판돈이 큰 ‘섰다’ 등 화투놀이를 했다가는 큰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판례로 볼 때 법원은 명절이라는 이유로 분명한 범법행위에 관용을 베풀지는 않기 때문이다.
◆ 사행성 놀이는 골라서 = 정모(49)씨는 지난 2008년 9월 추석 연휴때 친구들과 1시간 동안 한 판에 1000원씩 내고 판돈 75만2000원 규모의 이른바 ‘섰다’를 한 혐의(도박)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15만원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속칭 ‘섰다’는 속성상 짧은 시간에 많은 판돈이 오갈 수 있어 일시적인 오락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최모(50)씨는 2008년 추석 연휴때 경기 이천시의 한 낚시터에서 지인들을 대상으로 ‘추석맞이 낚시대회’를 열었다가 도박개장죄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고가의 금덩이를 경품으로 내건 것이 문제가 됐다.
다만 판돈이 적은 ‘고스톱’은 좀 다르다. 강모(34)씨는 지난해 추석 고향 친구들과 1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친 혐의(도박)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은 “일시오락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음복후 음주운전도 면허취소
◆ 성묘 후 ‘음복’은 면허 취소 지름길 = 울산에 사는 백모(31)씨는 몇해전 추석때 선산에 들러 성묘를 하고 음복으로 소주 몇잔을 마셨다가 단속에 걸려 운전면허를 취소당하자 소송을 냈다. “조상을 모신 것”이라는 백씨의 변론에 법원은 “공익적인 측면이 더 중요하다“며 패소 판결했다.
이모(29)씨도 지난해 추석때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후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씨는 법정에서 “성묘 후 친지들이 강권해 소주 몇 잔 마셨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명절때 차례를 지내느라 어쩔 수 없이 하는 음복이 지나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면허취소와 관련, 생계형 운전자의 음주운전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어 명절 등을 이유로 취소된 면허가 복원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벌초하다 벌목하면 벌금형
◆ 벌초는 묘소 내에서만 = 경북 예천군의 권모(53)씨는 지난 2005년 조상묘 봉분 위에 나무그늘이 지자 묘소 주변 소나무 37그루를 벌채했다가 산림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산림법 등에 따르면 벌목은 산 소유자의 동의와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권씨가 조상의 분묘를 잘 관리하려는 의도에서 한 것일지라도 책임은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박모(44)씨는 지난 2009년 9월 추석 직전에 조상묘 앞에 심어진 나무들이 시야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벌채하다 적발(?)돼 산림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