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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속으로 |
조회수: 2260 추천:511 |
2015-10-13 10:33: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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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판결속으로]㉝ '성희롱, 성추행 해고' 법원 판결 보니...법원도 "헷갈려" |
[판결속으로]㉝ '성희롱, 성추행 해고' 법원 판결 보니...법원도 "헷갈려"
변지희 기자
이메일zhee@chosunbiz.com
노유선 인턴기자
입력 : 2015.10.11 11:58 | 수정 : 2015.10.11 13:05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 사건이 늘고 있다. 회사 마다 새로운 직장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성 범죄자를 엄벌 하는 회사의 처분에 대한 법원 판결도 엇갈리고 있다.
법원에 따라, 담당 판사에 따라 성추행, 성희롱에 대한 시각, 사법적 단죄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1심, 2심, 3심 판결이 모두 뒤집힌 사례도 있고, 국민 법 감정에 어긋난 판결을 내려 시민들을 분노하게 하는 판결도 나온다. <조선비즈 10월 5일 오전 4시 ‘[기자수첩] 아동 성추행범 해고가 부당하다는 법원’ 기사 참조>
▲ 조선DB법원이 성범죄로 인한 해고 처분에 대해 어떻게 판결하는지 최근 판례를 분석했다.
◆ “어깨는 엉덩이보다 악의적이지 않다” vs “우월한 지위 이용한 악의적 행위” 재판부 판단 엇갈려
A(50)씨는 여직원들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2012년 5월 해고됐다. “회식에서 여직원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손을 잡았다. 여직원 손을 잡고 글씨를 썼다. 성적인 농담도 서슴지 않았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은 2013년 7월 “A씨의 행동은 성희롱이지만, 해고는 과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여직원의 손이나 머리 등 일반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신체 부위를 만진 것은 가슴, 허벅지, 엉덩이에 비해 악의적이지 않다. 일부 행위는 장난으로 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그동안 성희롱 사건에 대해 ‘무관용 처분’ 원칙을 지켰더라도, ‘성희롱은 무조건 해고’라는 등식은 안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2014년 7월 행정법원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성희롱 대상이 주로 파견 업체 소속 여직원들”이라며 “A씨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성희롱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 여직원들이 계약 만료로 퇴사했더라도 A씨가 계속 근무할 경우 업무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 우려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 1심 “정당", 2심 “부당", 3심 “정당"...재판 때 마다 오락가락한 판결도
1심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하고, 2심은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하고, 3심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한 판례도 있다. 같은 행동을 두고 법원 판단이 오락가락했다.
새벽 1시 여직원에게 전화를 해 추파를 던지고, 업무 성과가 좋다며 “뽀뽀하자”고 한 B(54)씨는 2003년 9월 해고됐다. 그는 회식에서 여직원 귓가에 입을 맞추고, 다른 여직원 엉덩이를 툭 툭 때리기도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06년 3월, “성희롱 내용, 횟수가 가볍지 않다”며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은 “B씨의 반복적인 성희롱으로 고용 환경이 악화됐다”면서도 “가장 무거운 징계인 해고는 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B씨 행동은 나름대로 여직원들에게 애정을 표시해 일체감과 단결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회식에서의 행동은 술에 취한 우발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8년 대법원은 서울고법의 판결에 대해 “법리를 모르는 판결”이라며 다시 판단하라고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수 차례 걸쳐 성희롱을 되풀이 했는데 어떻게 우발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느냐”며 “B씨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성희롱 행위가 한 번도 아니고 같은 행위를 반복해서 했으며, 피해자도 여럿인데 우발적인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 공무원이냐 사기업 직원이냐에 따라 판단도 달라
공무원과 민간인 해고 기준에 대한 법원 판단도 엇갈린다. A씨와 B씨를 해고한 기업들은 재판에서 “성범죄에 대해 용서하지 않겠다는 회사의 일관된 경영 방침이 있었다. 특정 개인에 대한 보복 차원의 인사가 아니었다”고 호소했지만, A씨 사건의 1심, B씨 사건의 2심 재판부는 “회사 방침은 중요 기준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공무원에 대한 법원 판단은 다르다. 도로교통공단 소속 운전면허시험관으로 일했던 C(58)씨는 응시 여성에게 주차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서 여성의 허벅지를 10~20초 동안 만졌다. 다른 여성 응시자들에겐 “합격하면 소주 한 잔 사라. 그러면 내가 2차를 사겠다. 그 다음에 내가 너희들을 먹겠냐 안 먹겠냐”고 했다. 도로교통공단은 2012년 그를 파면했다.
C씨가 파면처분 무효 소송을 내자 재판부(서울중앙지법)는 “C씨 파면은 징계권 남용”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중앙부처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통상 성희롱, 성추행일 경우 감봉, 견책, 정직 등이 대부분"이라며 “해임이나 파면은 강간, 성폭력일 경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가 응시자들의 긴장을 풀어줄 의도로 시험과 무관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차행전)는 지난달 28일 “버스 안에서 여성의 몸을 더듬은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경찰관을 해임한 경찰청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성추행을 한 공무원의 해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다.
성희롱, 성추행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준 만큼이나 법원의 잣대도 오락가락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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