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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
조회수: 2130 추천:533 |
2015-12-18 15:35: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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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르포](18) "기성 날이 무섭다. 돈이 없다"...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사장의 빈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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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르포](18) "기성 날이 무섭다. 돈이 없다"...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사장의 빈소
울산=허욱 기자
이메일wookh@chosunbiz.com
입력 : 2015.12.18 11:52 | 수정 : 2015.12.18 14:26
“기성금(공사비)을 받는 날이 다가온다. 못받을까봐 두렵다. 이런 생활이 3년 째다. 돈이 있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까 이젠 못하겠다. 그리고 직원들 손해 보지 않게 잘 좀 챙겨줘라.”
17일 아침 8시쯤 울산대 병원 신관주차장에서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인 세양산업 서모(63) 대표가 숨진 채 발견됐다. 승용차 안에는 번개탄이 있었다. 주머니에선 손으로 쓴 유서 2장이 발견됐다.
밤 10시30분 현대중공업 정문 앞 울산대학교 병원에 마련된 장례식장을 찾았다.
서씨의 부인, 딸, 아들, 사위가 빈소를 지켰다. 부인과 딸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손님들은 아들과 사위가 맞았다. 아들은 문상객들이 위로 할 때 마다 울음을 터뜨렸다. 기자에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다가 엉엉 울었다.
장례식장 복도 한 켠에 하청업체 대표 5명이 서성였다. 다들 눈 자위가 벌겋게 부어 올랐고, 얼굴들이 불그레했다.
“오늘 우리 다 술 많이 먹었다. 하청업체 대표들이 누구한테 하소연 할 수 있겠나? 말 한다고 누가 들어나 주나? 형님? 정말 좋은 분이었제. 오늘이 형님 생일인데...죄송스럽다는 말 밖에...”
▲ 17일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업체 대표 서모씨 빈소가 마련된 울산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사진=허욱 기자
◆ “생일날 떠난 형님...무슨 말을 하겠나”
“2만 시간 일했는데 갑자기 5000시간만 쳐주면 어떻게, 무슨 수로 직원들 임금을 주겠어요. 빚을 내야지 어제도 서 대표랑 같이 술 먹었습니다. 오후 3시 반부터 같이 계속 술만 먹었어요. 아무 내색이 없었는데…”
세양산업의 한 직원이 ‘술 한잔 주소'라며 큰 맥주 잔에 소주를 가득 부어 벌컥 벌컥 들이켰다.
“자기가 손해 봐도 직원들 꼭 먼저 챙기셨죠. 빚더미에 기성까지 깎여도 어떻게든 직원들 월급은 줬어요. 그런데 두 달 전부터 돈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져서…’기성 안올려 줄거면 가불이라도 좀 해줘라. 직원들 월급은 줘야 하지 않나. 월세도 내고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니냐. 다 신용불량자 만들거냐.’ 근데 가불을 안해줬어요. 결국 안해줘서…”
잠시 뒤 그의 밑에서 오랫동안 일했다는 한 직원이 문상을 왔다.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 20분 넘게 목 놓아 울다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
서 대표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를 13년을 운영했다. 대조립 1부 하청 회사 중 가장 오래됐다.
현대중공업 대조립 1,2부 업체들은 12월 11일부터 집단 조업 중단에 돌입했다. “기성을 제대로 달라"는 시위였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당장 돈이 아쉬운 업체부터 작업에 복귀했다.
조업을 마지막까지 거부한 업체는 퇴출될 것이란 공공연한 압력이 전달됐다. 서씨는 가장 마지막으로 복귀한 하청업체 대표였다.
“힘들어도 가족들에겐 말 한마디 안하고 버틴 것 같더라. 서 대표가 요즘 매일 술을 마셨지. 소주 2병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래도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6시 반까지 출근했다. 참, 몸 안 아끼고 뛰었는데…”
서 대표를 추억하던 동료와 직원들은 누구도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 울산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안에 마련된 영결식장 /사진=허욱 기자◆‘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서씨는 유서 2장을 남겼다. 부인에게 한 장. 동료에게 한 장을 남겼다.
“가장 먼저 아내한테 미안하다. 법인 채무니깐 그동안 말은 못해왔는데, 착한 내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다. 아버지는 이런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아들아, 딸아, 미안하다”고 했다.
동료에겐 “기성 날이 다가 오는게 두렵다. 남은 직원들 최대한 손해 보지 않도록 잘 챙겨 달라”고 했다.
새벽 2시가 지나자 문상객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마지막까지 남은 세 명이 영안실 바닥에 누워 뒤척였다.
서 대표는 목숨을 끊기 전 자신의 회사 바로 옆 사무실을 쓰는 다른 하청업체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내가 잘못되면 형수 좀 잘 보살펴 다오.”
그가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말은 “미안하다. 보살펴 달라"였다.
18일 2시30분이 넘어 장례식장을 나왔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었다. 살을 에는 칼 바람이었다. 서 대표는 2015년 칼바람을 넘기지 못했다. 그가 간 하늘나라는 따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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