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올린이 :
보도 |
조회수: 3739 추천:228 |
2014-02-12 22:10:42 |
|
| "대한민국 판사는 포청천·솔로몬이 아닙니다" |
"대한민국 판사는 포청천·솔로몬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판사들은 포청천·솔로몬이 아닙니다. 운동경기의 심판 같은 존재지요. 재판에 이기려면 합리적인 주장으로 판사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이게 보통 판사들의 생각입니다."그는 스스로 평범한 판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판사 생활 18년차인 *** (45·서울행정법원 12부) 부장판사를 만난 것은 보통 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을 "사법개혁이나 사회운동 쪽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출한 판사도 아니고, 판결로 정치권력과 갈등을 빚은 적도 없고, 오로지 재판만 해온 판사"라고 설명했다.
2005년 11월 이른바 '대딸방'(여대생 마사지업소)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에서 이례적으로 무죄 판결을 한 적이 있었다. 이 판결은 결론뿐 아니라 이유에서도 기존의 판결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형법상 유사성교행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 도덕 관념이 급격히 변화한 가운데 도덕적인 이유로 성매매를 처벌하는 것이 옳은지 나름의 기준을 제시했다.
▲ 그는 당시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의 어둡고 지저분한 부분이라도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면 눈 가리고 아웅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1년 반이 지난 5월 22일 만난 *** 판사는 같은 맥락의 말을 했다.
"판사는 고상한 직업이 아니에요. 싸움의 한복판에서 시비를 가려야 하기 때문에 비유를 하자면, 흙탕물 속에 있는 직업이죠."주2회 재판, 매일 야근, 주말에도 출근
판사는 고상하지도 않고, 신통력 있는 솔로몬보다는 운동경기의 심판에 가깝다는 *** 판사. 재판일정으로 부담스러워하던 그는 석가탄신일(5월 24일)이 재판날과 겹치면서 한 주 쉬게 되었다며 인터뷰를 수락했다. 인터뷰는 5월 22일 오후 늦게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 3층 판사실과 법원 근처 식당에서 5시간가량 진행됐다. *** 판사에게 평범한 판사들의 생활과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여느 판사와 마찬가지로 *** 판사의 1주일도 재판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사건 심리에 충실한다는 방침에 따라 매주 이틀 재판을 한다. 월요일은 본 재판에 앞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 준비절차 재판을 진행하고, 목요일은 판결 선고와 함께 당사자들의 변론과 증인신문을 하느라 하루 종일 법정에서 보낸다. 재판 건수는 하루 20건 정도인데, 1건당 10-20분씩만 잡아도 퇴근시간(오후 6시)을 넘기기 일쑤다.
재판이 없는 날이라고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화요일 오전엔 새로 접수된 기록을 파악하고 오후부터는 그 주에 재판할 기록을 본다. 재판전날인 수요일엔 당사자들이 추가로 제출한 서류를 꼼꼼하게 읽고, 사건 메모지에 정리해놓는다. 배석판사들이 판결초고를 작성하면 최종 검토 작업을 거쳐 판결을 완성하는 것도 재판장인 *** 판사의 몫이다.
금요일, 다음주 준비절차에 들어갈 기록을 보고 나면, 판결 결론을 어떻게 내릴지 배석판사들과 합의를 거친다. 또한 배석판사들과 재판진행 경과에 관해 수시로 의견을 나누고, 당사자들이 수시로 내는 주장, 증거자료를 검토하다보면 1주일이 빡빡하다.
*** 판사는 "항상 시간에 쫓기다보니 평일엔 밤 8시-10시 사이에 퇴근하고, 주말에 하루 정도는 사무실에 나온다"고 말했다. 재판 기록과 서류 속에서 파묻혀 지내고 판결을 쓰는 것이 판사의 생활이다.
"특권층?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는 정도"
판사 경력이 짧은 편은 아니다. 판사라는 직업과 근로조건에 만족하는지 궁금하다."17년 판사 생활에서 야근 안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판사 근무강도가 굉장히 센 편인데, 정상적인 회사에서 우리만큼 일 안하는 곳이 얼마나 있겠나. 큰 불만은 없다. 다만 판사들이 수준 높은 재판을 하길 원한다면 책도 읽어보고 다양한 경험을 갖출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 그 점이 아쉽다."
- 그래도 밖에서는 판사들은 특권층 아니냐, 일반인이 모르는 뭔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판사생활의 장점은 업무상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한다는 것이다. 남에게 굽힐 필요도 없고. 누가 강요하거나 압력을 가하는 일이, 적어도 요즘은 없다. 그것 말고 뭔 특권이 있는지 모르겠다. 보수 면에서 일반 서민들보다는 낫게 살겠지만, 봉급 가지고 아주 호화롭게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가욋돈이 생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바깥사람으로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도 없고."
- 판사들이 돈이 없다고 하면 보통 사람들이 잘 안믿는다."판사로 부유하게 살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이 사표 내고 (변호사로) 나가겠나. 셋방살이 벗어나려고 나가는 사람도 보았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게, 언론에 공개되는 법원 검찰 고위직 인사들의 재산이 대부분 많다. 그래서 모든 판검사들이 돈이 많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고위직 판검사들이 재산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재산 많은 사람만이 고위직 판검사가 될 때까지 남아있게 만드는 사회적 시스템, 거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 돈 많은 사람만이 판사로 남게 되는 시스템, 이런 현상이 왜 문제라고 보는가."의식적으로 어느 당파에 치우친, 편파적인 판결을 하는 판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사람은) 무의식속에서 성장환경·사회적 기반·경험을 기반으로 판단하게 돼 있다. 부유한 사람들이 고위직을 다 차지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그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 판사들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나빠진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더 나가려고 할 것이고 여유 있는 사람만 남아 있지 않겠나. 결국 전체 판결 경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 실례지만 *** 판사의 재산은 얼마나 되는가?"종부세(종합부동산세) 대상은 아니다(웃음). 판사들은 10년 단위로 재임용 되는데, 10년 퇴직금 탄 돈 하고 전세금, 은행 융자금 합쳐서 몇 년 전 아파트를 한 채 샀다. 아파트와 융자금 채무, 앞으로 받게 될 퇴직금 7년치, 그 정도다."
판검사는 돈이 많다? 돈 많은 사람만이 판검사로 남는다
사람들은 판사가 받을 수 있는 압력과 유혹이 적지 않다고 얘기하고, 실제로 판결에 작용했다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 판사가 보기엔 어떤가."내가 노태우 정권 때 판사생활 하고, 김영삼 정권 때 형사사건을 맡았는데, 정치적 외압은 거의 없었다고 본다. 그러면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돈에 의한 매수인데, 판사가 2000 명이 넘으니까 (돈에) 넘어가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은 금력에 좌우될 만큼 자존심이 약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얼마 전 어느 정도면 유혹에 흔들리겠느냐고 동료판사와 농담삼아 얘기 나눈 적이 있다. 아무런 뒤탈이 없는 사건에서 50억 정도 준다면 흔들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했다. 평생 재판을 하면서
50억 이상 받을 만한 사건이 있겠는가. 있다고 한들 뒤탈이 없을 수 있겠나."
- 그렇다면 판사에게 압력과 유혹이 전혀 없다는 말인가."남는 게 여론 하나인데 어떤 판결을 했을 때 정확하게 보도 안되고, 언론이 적당히 편집하고, 여론이 욕을 해대고 그런다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특히 판결이 선고되지 않은 상황에선 여론에 신경을 안 쓰려고 하지만 사실상 영향을 받게 된다."
- 판결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인정한다. 판결이라는 것이 사실 인정에서 완전무결할 수 없고, 법률적인 판단도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당연하다. 또 판결에 학문적인 비판을 가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판사는 여러 가지 고심을 하고 재판했는데 내용을 잘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권력에 '굴복했다' '매수됐다' 이렇게 비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판결보도, 깊이는 없고 흥미위주 각색은 많다"
- 대다수의 판사들이 기자들 만나는 것을 꺼리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가. 판결 관련 보도에 판사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안한다. 판결 보도 건수는 많은데 깊이 있게 분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흥미위주 각색은 많다. 그래서 판사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다. 몇 줄로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판결이 얼마나 있겠나. 기자 입장에서야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각색하려는 유혹을 느끼겠지만 공익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 *** 판사의 판결 중에서도 그런 것이 있었나."이른바 '대딸방' 무죄 판결 났을 때 내가 말한 논점으로 보도한 기사는 거의 없었다. 또, 강압에 의해 공무원이 사표를 냈다면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에 대해, '직장동료 연정관계 무죄'라고 제목부터가 이상한 기사를 작성했다.
지난 3월에는 '한미FTA 반대 집회'를 금지 통고한 경찰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시민단체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이 기사화됐다. 그런데 중립적인 관점에서 집회 시위의 자유와 도로 교통의 자유, 이 둘의 조화와 한계 등에 대해 접근한 보도는 거의 없었고, 한미FTA 찬반 입장에 따라 극도로 우호적이거나 극도로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가 나왔다. 난 정치적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 한미FTA 찬성 집회라도 동일한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 판사들은 내부에서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하나 국민 불신은 여전하다. 보통 사람들과 법원의 거리가 아직은 멀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50~60년대 우리 사회 부패구조가 심화됐을 때 그 인상이 (국민들에게) 아직 많이 남아있고, 또 밖에서 우리 일을 잘 모른다. 심지어는 재판 날만 일하고 다른 날은 노는 줄 아는 사람도 있다. 재판 안 받아본 사람이 더 부풀려서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 내년부터 배심제가 도입되면 재판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고 판결에 우호적인 사람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본다."
판사는 운동 경기에서 심판과 같은 존재
재판 받으러 온 당사자들에게 *** 판사가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당신이 억울한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온동네 사람들이 다 알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판사는 하늘도, 땅도 아니고, 한동네 사람도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신통력도 없습니다. 판사는 운동경기에서 심판과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재판에 이기는 길은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정리해내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증거를 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판사는 "우리 국민들이 포청천·솔로몬식의 재판을 기대할지 모르나 그건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런 드라마나 옛날이야기에 집착하면 오히려 재판제도가 후퇴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형사사건에서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돈이 있는 사람만 석방되는 일은 나 같은 대다수 보통 판사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까지 누구에게나 공정한 잣대를 댔다는 점에서는 자신 있다, 대부분의 판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판사는 사무실에 있는 시간 외에는 집에서 보낸다. 책을 읽거나 두 아들에게 '잔소리'하는 아버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판사로서의 행복을 물었더니 "아주 복잡하고 어려웠던 사건 명쾌하게 정리해서 끝냈을 때, 드문 일이지만 판결한 후 당사자에게서 고맙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라고. 그리고 "자식들이 잘 크고 공부 잘하면 즐거운 것은 여느 소시민들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사건에 대해 견해가 듣고 싶다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 한 마디, "판사는 자기 사건 외에는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
|
|
|
|
|
|
![]()
추천하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