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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린이 :
퍼온 글 |
조회수: 2655 추천:239 |
2014-05-06 14:17: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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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시 |
( 꽃잎과 분향 ) -구효경 시인
합동 분향식이 있는 날
길을 가다 꽃잎을 땄다.
청과집 아줌마가 흘끔 날 본다.
딴 꽃잎들을 시집 안에 넣었다.
마치 내가 거룩한 장의사라도 된 것 같다.
입관의 절차는 시적이어선 안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더러운 의사라도 된 것 같다.
그냥 나는 부끄러운 어른이다.
버려진 꽃다발 안에 있기엔
너무 생생하고 고왔던 꽃잎들.
작은 손가락을 구명보트 삼아 내게로 온 것들
폐선이 된 다발에 응어리 뭉쳐
야윈 날갯짓하던 아이들이라
안 믿기게 붉고 선연한 것들.
휘몰아치는 물결
차게 식은 꽃잎들만 거두네.
노란 손수건의 뜻은 기다림과 용서라는데
너희는 아무도 용서치 마라,부디.
우리는 우리를 용서치 못할테니
하나의 리본 조차 제대로 묶지 못해
풀어지는 희망이, 흩어지는 희망이
안개 그림자 속에 몸을 감춘다.
기다리는 세월의 겹에는 지층이 쌓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바람을 타고 떠돈다.
둔한 코를 훅, 바늘처럼 찌르던 그 향기들
과적 없는 바람에 한꺼번에 실어보낸다.
봄날, 살아남은 꽃들이 필 때마다
향 피워 제사지내는 것이라는 걸 예전엔 미처 몰랐다.
꽃잎 아이 그리우던 심장을 씨앗에 심고 핀 꽃들이
쓰디 쓴 눈물 흘린 번제단이 봄이라는 걸.
우리는, 잔인한 4월 마다
깨어난 치매 환자처럼 일어서
하늘빛 바다와 바다빛 하늘을 볼 테지.
땅에 묻지못할 아이들도
천국의 심장 한 가운데로 증발해
그곳에서 무지개 꽃 틔우리란 걸
기억보다 코가 먼저 알고
머리보다 손이 먼저 말하리.
헐벗어서 부끄러운 것은 늘
맨 얼굴보단 맨발이기에.
가시는 걸음 마다 제 이름가진 아이들,
팽목항 뱃사람 노래와 바닷바람이
봄마다 넋 놓아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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