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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린이 :
퍼온 글 |
조회수: 2815 추천:230 |
2014-05-07 20:36: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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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규제 완화 |
[경제]대규모 규제완화 ‘안전’ 괜찮을까?
세월호 사고 이후 공무원들 ‘부담’… 국무조정실 “안전 관련 내용 없다, 계획대로 추진”
“애들이 불쌍해 죽겠어. 그러니까 안전규제는 풀면 안 된다니까. 결국은 문제가 생겨.”
“그러게 말이에요. 그런데도 위에서는 자꾸 풀라고 하니. 국장님도 마뜩잖은가 보더라구요.”
4월 30일 어둠이 깔린 정부세종청사 앞 간선급행버스 정류장.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녀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규제완화를 밀어붙이는 청와대와 실무 공무원 간 ‘생각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세월호 침몰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규제완화 밀어붙이기에는 변화가 없다. 선박 사용 선령을 25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한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가 세월호 참사의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마이동풍이다.
2009년 선박 선령 제한을 완화한 이후 20년 이상 되는 선박이 급격히 늘었다. 일본에서 선령 18~19년차 배를 값싸게 사들인 뒤 개조를 해서 10년가량 더 운영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제주 노선의 경우 최근 2년간 일어난 사고가 모두 선령 20년 이상 된 여객선에서 일어났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된 지난해 4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단지에 리모델링을 경축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관련 부서들은 찜찜해 하고 있다. 모 부처 관계자는 “지난해 ‘손톱 및 가시 뽑기’ 때부터 상당수의 규제를 완화했는데 이 중에는 안전규제도 있다”며 “우리야 ‘까라면 까’는 거다. 주어진 할당을 채워야 하다 보니 안전 여부를 세세히 따져보지 못한 것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최대 3층까지 수직증축 허용
정부는 지난해부터 규제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규제완화에 대한 의지는 이명박 정부를 넘어선다. 안전규제라고 예외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4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이란 지은 지 15년이 넘는 아파트의 경우 최대 3개층까지 증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전체 가구수도 15%까지 늘릴 수 있다. 리모델링에 따른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전면적인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아파트 단지 주민들로부터는 환영받는 제도다. 하지만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이명박 정부도 “노후 아파트 위로 층수를 더 올리는 것은 안전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며 허용하지 않았던 규제다.
당시 공무원과 교수, 연구원, 건축사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이 11차례 회의를 갖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건설전문가’임에도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끝내 통과되지 못하자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국토부는 곧바로 ‘허용’으로 입장을 바꿨다. 국토부는 “철저히 관리·감독하면 문제없다”고 했다. 하지만 “4년 만에 왜 갑자기 리모델링 안전성이 높아졌느냐”는 물음에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아파트가 무너져내리기라도 하면 그 업체는 문을 닫아야 하는 만큼 부실시공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다만 마땅한 주택공사 물량이 없는 상황이라 과도한 입찰경쟁이 벌어지고, 건설능력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가 시장에 진입할 경우에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화학업체에 대한 안전규제를 대규모로 풀었다. 지난 3월 정부는 화학업체를 대상으로 최대 연 4회 지도·점검하던 것을 앞으로는 한 번만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부, 소방방재청이 개별적으로 화학업체를 지도·점검해 왔는데, 그러다 보니 최대 연간 네 번까지 화학업체를 방문해야 했다.
중복된 점검을 통합 점검으로 바꾸겠다는 취지인데, 그러면서 점검 횟수도 줄였다. 2011년 13건이던 산업단지 안전사고가 지난해 28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또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나면 지금은 사업장 전체를 영업정지시키지만 앞으로는 사고 발생 현장만 영업정지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과징금이 대폭 줄어든다. 화학물질 성분과 함량은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안전규제 완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논쟁이 된 게 자발적 리콜 기준 완화다. 산자부는 ‘제품안전기본법 개정안’을 손질해 사업자의 자발적 리콜 기준을 ‘중대한 결함’에서 ‘결함으로 인한 중대한 사고’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지금은 제품 사용과정에서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결함이 있으면 해당 업체는 관계부처에 신고하고 제품을 거둬들여야 한다. ‘사고’란 사망사고, 진단 4주 이상의 부상, 화재 등이다. 대상은 자동차, 의약품, 선박 등 개별 법령의 규제를 받는 품목을 뺀 모든 공산품이다.
내항선에 대한 자체 내부심사 폐지
세월호 참사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도 뒤지지 않았다. 세월호는 선장 대신 3등 항해사가 키를 잡아 문제가 됐다. 지금은 당직자에 한해서만 선장 대신 배를 몰 수 있다. 내년 1월부터는 선장이 휴식을 취하면 1등 항해사 등이 배를 운전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된다.
지난 1월에는 컨테이너에 대한 안전검사를 현장점검 대신 자료제출로 가능하도록 바꿨다. 지난해 6월에는 선장이 선박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경우 부적합사항을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없앴다. 선사가 자사 선박에 대해 해야 하는 내부심사도 없앴다.
선장들이 고령화돼 문서작업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데다 내항선은 운항거리가 짧기 때문에 심사를 깐깐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타국을 출입하는 외항선의 경우 선사가 선박의 내부심사를 하지 않으면 입출항이 금지된다.
정부는 이런 조치에 대해 “규제완화가 아닌 규제개혁”이라고 주장한다. 실질적으로는 규제의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화학업체에 대한 지도·점검을 1회로 축소하는 것에 대해서 정부는 “시설·공정·물질 등 다양한 측면의 점검을 한 번에 하게 되면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화학사고를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발생 뒤 자발적 리콜 조치와 관련, 산자부 관계자는 “그 대신 결함에 관계없이 중대한 사고가 나면 48시간 내 보고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에 제품 안전관리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도 국토부는 “노후 건물은 내진설계가 잘 안 돼 있는데 리모델링 과정에서 구조물 안전이 되레 보강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역시 마찬가지다. 화학물질을 등록하는 법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게 되는 계기를 만든 것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해수부도 선사의 선박 내부심사 면제와 관련, “안전관리책임자가 매달 배를 방문해 점검하도록 했으니 오히려 규제가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해명에 따르면 정부의 잇단 조치는 사용자의 부담은 줄이면서도 규제효과는 높아지는 ‘요술방망이’인 셈이다.
국무조정실은 “현재 추진 중인 규제완화에는 안전 관련 내용이 일절 없다”며 “계획대로 규제완화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안전규제를 각종 장비와 시설물에 대한 검사나 보고 등으로 국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안전규제를 너무 협소하게 본다는 지적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만 하더라도 건축 활성화를 위한 법이면서 동시에 거주민들의 안전에 직결되는 법이지만 정작 안전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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