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간부사원노동조합
 
 


 
 
올린이 : 일심일심일심 조회수: 3180    추천:225 2014-06-18 13:40:17
[경향의 눈]  현대차의 때늦은 반성

[경향의 눈]  현대차의 때늦은 반성

박문규 논설위원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포니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95년 12월이다. 현대 창업자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철판을 두드려 만든 차다. 포니를 만들 때만 해도 현대자동차가 40년 만에 세계 ‘빅5’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하리라 꿈이나 꿨을까.



1977년 에콰도르에 포니 5대를 처음 수출한 현대차는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750만대를 팔았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포드나 혼다, BMW도 판매량 면에서 현대차의 경쟁상대가 안된다. 40년 역사의 자동차 회사가 이룬 성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현대차의 초고속 성장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든든한 내수시장이 일등공신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현대차는 기아·대우차와 시장점유율 30%를 놓고 다투던 고만고만한 회사였다. 외환위기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기아차 인수에 이어 대우차가 부도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70%를 싹쓸이했다. 수입차를 타는 것만으로 세무조사를 받았던 옛 기억은 차치하고라도 소비자들의 맹목적인 현대차 구매는 연구대상이다.



자동차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전형적인 장치산업이다. 일정 판매대수 이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영업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예컨대 쏘나타 1만대를 팔 때와 3만대를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3배가 아니라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식이다. 연간 130만대의 확고한 내수시장이 천군만마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차가 세계 곳곳에 현지 공장을 지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국내에서 벌어들인 종잣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달리는 도중 엔진이 꺼지거나 비 내리는 고속도로에서 창문이 올라가지 않아 곤혹스러운 경험을 한 운전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좋든 싫든 현대차 외엔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미국에서 1만8000달러면 살 수 있는 쏘나타를 국내 고객에게 20~30% 비싼 값에 판다는 사실을 알고는 분통을 터뜨렸다. 미국 수출용과 내수용의 강판 두께가 다르다는 사실이 논란이 된 것도 오래된 얘기다. 최근 만난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그간 타왔던 일본차를 그랜저로 바꿨는데 후회막급”이라며 “공무원이야 외부 시선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일반인이라면 누가 현대차를 타겠느냐”고 했다.



같은 모델인데도 신차라는 이유로 매년 차값을 올려받는 관행도 소비자들의 불만 중 하나다. 현대차 고객이 수입차로 눈을 돌린 이유다. 2009년 4.2%에 불과했던 수입차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0%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12%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올 들어 수입차 판매액이 한국지엠의 수출액을 앞질렀다.



하지만 현대차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차에 중대 결함이 생겼는데도 형식적인 리콜이나 법에 명시된 우편통보 규정도 무시하기 일쑤다. 물 새는 싼타페 탓에 고객 불만이 폭주하는데도 숨기기 급급했다. 연비 과장도 문제가 됐다. 미국에서 연비를 부풀렸다 적발돼 5000억원 가까운 돈을 물어줬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입을 닦았다. 국내서도 정부가 직접 나서 싼타페의 연비 과장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GM이 또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2월 엔진 점화장치 결함을 숨겼다 3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최근 240만대의 차량을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더 큰 위기는 소비자 불신이다. 미국 교통당국의 조사 결과 GM은 2008년 이후 ‘결함’(defect)이라는 단어를 금기어로 분류한 뒤 직원들에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교육했다는 사실이 들통났다.



중대 결함이 발견되더라도 덮기에 급급한 고압적인 방식 그대로다. 이런 면에서 GM과 현대차는 닮은점이 많다. 그간 80%에 육박했던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70%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대차 김충호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모든 임직원들은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열린 마음과 겸허한 자세로 소중한 의견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간 현대차의 행태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얘기다. 그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실제 소비자들의 체감도는 훨씬 심각하다. 현대차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돈 먹고 기사 쓴 게 아니냐”고 할 정도다. 현대차가 지금 상황을 진정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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